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온 나는 시골 집에 계신 가족들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 지금도 그때의 습관처럼 자주 전화를 한다. 얼마 전 아버지 생신에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저예요. 잘 지내셨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부녀지간의 마지막 대화에 아버지는 항상 한마디 덧붙이신다. "할머니 바꿔줄게." 딸이 없이 아들만 키우셨던 할머니는 첫손녀인 내가 태어나자 마치 막내딸 애지중지하시듯 날 키워주셨단다. 그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닌 늘 자식사랑하는 표현을 하지 않으신 듯하다. 언젠가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하필 할머니의 안부를 빠뜨렸다.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할머니 들으시라며 없는 말을 지어 편지를 읽으셨단다. 내가 할머니께 쓴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할머니가 서운해하지 않으신다고, 할머니를 위해드리는 것이 당신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신 우리 아버지. 가끔은 ꡐ나 아버지랑 통화할려고 전화했어요ꡑ라며 화도 내지만 그런 아버지의 따뜻한 속사랑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이번 설에는 빠뜨리지 않고 온 가족에게 안부 편지를 써야겠다. - 김 연,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