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는 40대. 전형적인 한국남자다. 영업상 ‘대인관계의 중요성’ 운운하며 이삼 일 걸러 술좌석을 가져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과감히 그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돌아오기엔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그이는 남편으로서 결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주변 맞벌이 부부처럼 팔 걷어부치고 집안일을 돕지도 못하거니와 부부 사이의 기념일 챙기는 깜짝쇼는 더더욱 기대밖이다. 하지만 이런 하자(?)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이를 미워할 수 없다. 그이가 지닌 따뜻한 마음과 살아 있는 생각 때문이다. 주변의 일에 ‘나 몰라라’ 못하고,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 게 아니라 마치 자기 일처럼 더없이 기뻐하고, 위로받길 원하는 친구를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간다. ‘이 일은 나만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잘 따지지 않는 아내도 그런 남편을 마냥 구석으로 몰아세울 순 없다. 남편으로서의 하자를 인간성으로 회복한다고나 할까? 어느덧 함께 살아온 지 10년. 머리가 희끗희끗해져가는 그이를 보며 아내는 사람 좋은 그를 닮아감에 마음 흐뭇하다. 이젠 아예 남편을 재는 잣대는 묻어버리고 ‘인간성이 좋아 봐준다’며 얼렁뚱땅 덮어주기도 한다. 상대를 향한 끝없는 원함보다는 그가 가진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배운다. 나이 들며 그이에겐 작은 소망이 있다. 자신이 챙겨야 될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내도 나서주길 원하는 것. 그런 생각을 아내 스스로의 결정으로 수용하길 기다린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내는 생각한다. 따뜻한 세상은 그이와 함께하는 또 다른 그이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고…. - 김명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