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한 평 방 한 칸 물려주지 않고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때문에 가난한 이웃들과 땀 흘려 일하고, 밤새도록 마음 나눌 줄 알고, 큰 슬픔도 가슴에 품고 말없이 견딜 줄 알고, 아무리 작은 일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무엇보다 사람 귀한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깊은 정이 들기 위해서는 밥을 나누어 먹어야 한다던 아버지. 밥을 나누어 먹어본 사람만이 밥 한 그릇 귀한 줄 알고, 깊은 정이 무엇인지 안다던 아버지. 흩어진 식구들 한데 모으고, 산 사람 죽은 사람 이어주고, 온갖 원망과 미움들 다 녹이는 밥을 나누어 먹어야 사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고 가르쳐주신 아버지 때문에 오늘도 이웃들과 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혼인하고 이십 년 동안 아직 작은 집 한 채 없이 아이들과 이리저리 쫓겨다니며 살아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가난한 이웃들과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라고 땅 한 평, 방 한 칸 물려주지 않고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입니다. 아버지 뜻을 따라 제 자식들에게도 가난을 물려주렵니다. 스스로 가난하게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깊고 그윽한 마음을 물려주렵니다. 가난하므로 인해 가장 행복할 수 있도록…. - 서정홍, 시인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