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선교사 노블은 1906년에 ‘죽음은 사랑을 넘어서’라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는 승요라는 남자 주인공과 이화라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다. 승요는 승지의 아들이었지만 종인 이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승요는 사랑을 위해서는 양반 신분을 포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난리 때문에 이 사랑은 계속되지 못했다. 승요는 사방으로 이화를 찾아나섰고 다른 집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는 이화를 만나게 되었다. 이때 이화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 기독교는 이화에게 순종과 희생을 알려주었다. 이 두 사람은 주인의 허락도 없이 예배당에 가서 기독교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목사 앞에서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화는 주인에게 순종하는 전통적인 여자였지만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믿는 기독교인이었다. 여기에 이화의 갈등이 있었다. 이화가 내린 결론은 주인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승요는 여기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과거의 법은 잘못된 법이고 그 법은 지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화는 달랐다. “그건 나의 새 신앙에 모독이 됩니다. 사람들이 야소교인들은 도둑놈들이고 불법을 권장한다고 욕할 것입니다.” 이화는 전통이 잘못되었지만 그 전통을 무시하지 않았다. 일찍이 주인은 이화의 손에 십자가 모양의 문신을 그려주었다. 이것은 종의 신분을 표시한 것이었다. 이화는 이것을 볼 때마다 십자가 모양의 형틀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운명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화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뒤부터 이 십자가 문신은 그의 자랑이 되었다. “저에게는 수치스럽고 죽음으로 가는 그 십자가의 문신이 성스러운 상징이요 승리의 상징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십자가 안에서 조선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이화의 신앙고백이었다. 승요와 이화는 주인집으로 돌아가서 결혼했다고 밝혔다. 주인은 종들을 시켜서 이화를 치도록 했고 이화는 매를 맞아서 죽게 되었다. 이화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남긴 말은 “십자가! 서방님!”이었다. 그녀는 주님을 죽도록 사랑했고 동시에 한 남자를 죽도록 사랑했다. 이것이 신앙을 가진 한국 여인의 사랑이야기이다. /박명수<서울신대 신학대학원장>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