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권사님의 장이 안좋아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심방을 갔습니다. 옛날 평신도 때에 같이 신앙생활을 하였는데 이제 세월이 지나니 남편은 장로님, 아내는 권사님이십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목회를 하니 저보고 꼭 목사님이라고 부르십니다. 권사님을 위하여 기도를 하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장로님과 대화를 하는데, 목사님은 꼭 새신랑 같애요. 아이구 흰머리 보세요 새신랑은 무슨 --- 흰머리는 나이와 상관이 없어요. 곤색 양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깎으니 꼭 새신랑 같애요. 그래요 장로님 내가 오늘 점심은 살께요. 이렇게 되어 기분좋게 점심을 샀습니다. 일전에 친구를 만났는데“야, 너 되게 늙었다”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팍 상하는데 목사 체면에 내색은 할 수 없고 속으로 “저는 더 늙었구먼”하면서도 “아, 우리 이제 나이가 있잖아” 하고 얼버무렸는데 기분이 영 안좋았습니다. 요즘은 거울을 볼 맘이 영 없어집니다. 여직까지는 흰머리가 많다고 하면 “흰머리는 얼마 안되고 검은 머리가 엄청 많은데 무슨 말이냐”정색을 하고 항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울을 보면서 냉정히 판단해 보니 참으로 흰머리가 자꾸 많아지고 또 이마에 실주름살도 서너개 생기니 거울을 팍 깨버리고 싶어 집니다.“세월이 약이 아니라 세월이 한이로구나”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얼마 전에 조카가 산본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심방을 갔습니다. 조카 딸 유인이와 공원을 한 바뀌 돌고 오는 길에 과자를 사주려고 상가 슈퍼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조카 딸이“할아버지,할아버지 이것 사주세요, 저것 사주세요”하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하도 큰 소리를 하니 가게의 아줌마들이 다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자기들끼리 웃습니다. 어떤 아줌마는 다가와서“진짜 할아버지 되세요”하고 질문을 합니다. 그래 빙그래 웃으면서“예”하고 나오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것입니다. 요즘 내 신변에 이렇게 심기가 불편한 일들이 연달아 있었는데 장로님이 새신랑이라고 하니 그냥 기분이 좋아진 것입니다. 점심값을 날렸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 사람의 기분이란 묘한 것입니다. 뻔히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아부하는 말인 줄을 알면서도 새신랑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떤 때는 밥을 얻어 먹으면서도 기분이 상할 때도 있는데 밥을 사고서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말이 참 인색한 사람입니다. 남을 칭찬해 줄줄 모르고, 기쁘게 해줄줄 모르고, 용기를 주고, 힘이 솟게 하고, 좋은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밑천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힘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말에 인색한 목사일까? 이제는 바꿔보리라 생각해 봅니다. 0, 내 평생에 은혜되는 말만 하리라 !! 0, 내 평생에 기쁨주는 말만 하리라 !! 0, 내 평생에 용기솟는 말만 하리라 !! 0, 내 평생에 건덕이룬 말만 하리라 !! (2002, 6).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