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한 후 , 구두를 넣고 등산화를 꺼내 신었다 . 낮의 피로가 쌓여 발이 아프지만 , 등산화 끈을 당기니 전신이 가뿐해졌다 . 우리의 곁을 떠나버린 두 형제를 찾으러 서울역으로 나갔다 . 그들이 다시 옛 삶의 길로 되돌아 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그 냄새가 떠올랐다 . 나는 너무나 여러 번 다시 무너지면 더 심각해 진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꼭 돌아오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리로 나온 것이다 . 한 형제는 포천 해맞이공동체에서 생활하다 말 없이 나가버린 C 이다 . 그는 아직은 젊다 . 그러나 정신쇠약적인 고통 속에 자존감을 잃고 홀로 거리에 머물게 된 경우다. 그러나 일년 여 함께 예배 드리고 , 사랑의 농장 숲에서 노동하고 , 제주도 올래길 여행도 하고 , 노래를 배워 산마루교회 수준 높은 일반예배 찬양대원으로까지 자리를 잡아가던 이였다 . 또 한 형제는 앞으로 저와 함께하면서 남을 돕는 일로 일생을 드리고 싶다던 J 이다 . 그는 내가 사랑의 농장 운영의 팀장을 맡기려고까지 하였던 분이다 . 서울역 14 번 출구 앞 PC 방부터 몇몇 PC 방을 살폈다. 모두 없었다 . 서울역 전체를 살피며 돌았지만 허탕이었다 . 오늘의 서울역은 내겐 예전의 서울역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일 줄이야! 서울역은 공원이요 , 친구의 집이었다 .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 그 좋은 대형화면의 TV, 천장이 높은 홀 , 화강암으로 깔아놓은 역사 주변은 휴식처요 늘 야릇한 흥분이 맴도는 공원처럼 보였다 . 그러나 한 구석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 술 취한 노숙인의 주정이다 .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 마치 친구의 비행을 목격한 창피한 기분이다 . 어두운 곳으로 옮아갈수록 고통의 현장이 펼쳐졌다 . 술 취하여 쓰러져 있고 , 박스를 깔고 잠자리를 만들고 구걸을 하고 , 모자를 눌러 쓴 채 술판이 벌어지고 …… 술 냄새 , 담배 냄새, 술취한 소리....... 어둠 속에서 나를 알아보는 이가 있어 낯을 피한다 . 찾는 형제는 아니었다 . 나도 보지 못한 척 눈길을 피하였다 . 서울역을 벗어나와 서소문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쉼터로 갈 셈이었다 . 마침 파출소가 길 곁에 있기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자 들어갔다 . “ 수고하십니다 . 구세군 쉼터 부릿지 어디로 가지요 ?” 순간 경찰관의 낯빛이 바뀌면서 동정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 그곳에 들어 가시게요 ?.....!” 아주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 참으로 이렇게 인간적인 경찰관도 다 있었나 ! 나는 오갈 데 없어 서울역에서 헤매다가 밤이 깊어오자 노숙자 쉼터를 처음으로 찾는 이가 된 것이다 . 순간 나는 이 세상에 대하여 갑에서 을로 위치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 파출소를 나와 나는 노숙자가 된 기분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하였다 . 모든 것이 접근할 수 없는 성곽처럼 느껴졌다 . 나뿐 공기를 일으키며 달리는 자동차가 힘센 가해자처럼 나가왔다가는 사라져버린다 . 저들은 나쁜 공기 들어올까 더운 바람 들어올까 문을 꼭꼭 잠그고 냉방을 하고 달리고 있군 ! 그런데 아 , 그것이 바로 나였지 ! 통유리의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는 고급 커피집들 , 베이커리 , 정겨운 연인들 …. 이 찬란한 거리의 밤 풍경들 ! 그러나 정작 거리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바로 이 거리는 그들의 것이 아니다 . 나는 지나는 이들 중 배낭을 진 어둔 색의 사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 바로 그 이인가 ?” 하며 살폈다 . 어떤 이는 눈을 피하고 , 어떤 이는 반가운 듯 , 어떤 이는 시비조의 느낌을 반사한다 . 나는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 “ 오랜만입니다 !” 그분은 놀라며 누군가 하더니 , “ 저를 기억하세요? 저는 요즘 산마루교회 잘 안 가는 데요 !” “ 그럼 제가 왜 기억을 못합니까 ?” 저는 날도 덥고 배낭이 무거운 듯 보여 길거리 노점에서 시원한 것이나 한잔 하자고 하였다 . “ 저는 술은 안 해요 .” 한다 . “ 글쎄 시원한 음료나 하시죠 !” 그는 부담스러운지 자신을 알아준다는 것을 반기면서도 끝내 일이 있다며 사양을 한다 . 밤은 깊어가고 사람들의 발길은 더 빨라만 진다 . < 다음 > *사진-노숙인 형제들과 함께 떠났던 제주 올래길 찻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덕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의로움을 완성시켜 줍니다. <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