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디고리는 죽어가는 엄마를 위해 거대한 사자 아슬란을 찾아가서는 만나자마자 용기를 내어 이런 부탁을 한다. "제발 우리 엄마를 낫게해 줄 수 있는 요술사과를 주시면 안되나요?" 소년은 참으로 애걸하게 간청했다. 그는 그 사자가 "그래, 그렇게 하마." 라고 말해주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안된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두려워했다. 그러나 사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서 가버린다. 디고리는 엄마 얼굴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품었던 부푼 기대가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하자 목이 메고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엄마를 낫게 해줄 어떤 것을 주실 수 없나요?" 디고리는 내내 사자의 커다란 발과 발톱만 쳐다보고 있다가 마침내 실망에 젖은 눈으로 사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평생을 두고 이토록 놀라 본 적이 있을까! 사자가 황갈색 얼굴을 디고리의 얼굴에 바싹 갖다 댔는데, 놀랍게도 사자의 눈에는 반짝이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눈물이 디고리의 눈물보다 더 크고 맑아서 디고리는 한동안 사자가 자기보다 엄마를 더 가엾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다. c s 루이스<나니아 연대기> 중 이 게시물을